최근 '디지털 서비스세(DST)'라는 용어가 주요 검색어로 급부상하며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이 세금이 왜 이렇게 화제가 되고 있을까요? 핵심은 캐나다와 미국의 통상 갈등,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진행 중인 글로벌 기업 과세 체계 개편 논의에 있습니다. 특히 최근 캐나다 정부가 디지털 서비스세 도입을 전격 철회하면서 이 주제는 더욱 뜨거워졌습니다. 이는 단순한 세금 문제가 아닌, 국가 간의 무역 관계, 기술 기업의 이윤 배분, 그리고 디지털 경제의 미래를 좌우할 중대한 사안이기 때문입니다.
이 글에서는 디지털 서비스세가 무엇인지, 왜 캐나다에서 이 세금 도입을 추진했으며, 미국이 이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그리고 앞으로 이 문제가 어떻게 전개될지 자세히 설명합니다. 복잡하게 얽힌 국제 경제의 한 단면을 이해하고, 당신의 비즈니스나 투자 결정에 필요한 통찰력을 얻어가시길 바랍니다.
디지털 서비스세(DST)란 무엇인가? 왜 도입하려 했는가?
디지털 서비스세(Digital Services Tax, DST)**는 주로 구글, 아마존, 메타(페이스북) 등과 같은 대규모 다국적 디지털 기업들이 자국에서 벌어들이는 디지털 서비스 수익에 대해 부과하는 세금입니다. 전통적인 법인세는 기업의 물리적 사업장이 있는 곳에서 부과되는 경향이 강해, 디지털 기업들은 전 세계에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면서도 물리적 사업장이 적다는 이유로 세금을 적게 낸다는 비판이 제기되어 왔습니다.
도입 배경 및 목적:
공정 과세: 많은 국가들은 디지털 기업들이 자국민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여 수익을 창출하면서도, 해당 국가에 충분한 세금을 내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DST는 이러한 '세금 공백'을 메우고 공정한 과세를 실현하려는 목적을 가집니다.
OECD/G20 논의 지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G20 국가들은 지난 몇 년간 '디지털 경제 과세'라는 포괄적인 국제적 합의(필라 1, 필라 2)를 도출하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하지만 합의 도출이 지연되면서, 캐나다를 비롯한 일부 국가들은 자체적인 DST 도입을 추진했습니다. 이는 국제적 합의가 이루어질 때까지 자국 내에서 디지털 기업으로부터 세수를 확보하려는 의도였습니다.
캐나다의 DST:
캐나다는 2020년부터 DST 도입을 추진해 왔으며, 2024년 6월 28일
디지털 서비스세법(Digital Services Tax Act, DSTA)
이 발효되었습니다. 이 세금은 글로벌 매출 7억 5천만 유로(약 1조 1천억 원) 이상이고, 캐나다 내 디지털 서비스 매출이 2천만 캐나다 달러(약 2백억 원)를 초과하는 기업에 대해 캐나다 내 디지털 서비스 매출의 **3%**를 부과하는 것이었습니다.특히 이 세금은 2022년 1월 1일로 소급 적용될 예정이었으며, 첫 세금 납부 마감일은 2025년 6월 30일이었습니다. 이는 해당 기업들에게 상당한 재정적 부담이 될 수 있었습니다.
미국의 강한 반발과 캐나다의 전격 철회 배경
캐나다의 DST 도입 추진은 미국으로부터 강력한 반발을 샀습니다. 미국은 자국 기술 기업들을 부당하게 표적으로 삼는 차별적인 조치라고 주장했습니다.
1. 미국의 반발:
'미국 기업에 대한 공격':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현 대통령)은 캐나다의 DST를 "우리나라에 대한 직접적이고 노골적인 공격"으로 규정하며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미국의 거대 기술 기업들(아마존, 메타, 구글, 우버 등)이 이 세금으로 인해 연간 약 20억 달러(약 2조 7천억 원)의 추가 세금을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추산했습니다.
무역 협상 중단 위협: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의 DST 추진에 대한 보복으로 캐나다와의 모든 무역 협상을 즉시 중단하고, 캐나다산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를 위협했습니다. 이는 자동차, 광물, 에너지 등 캐나다의 주요 수출품에 대한 관세 부과 가능성을 시사하며 양국 경제에 큰 파장을 예고했습니다.
2. 캐나다의 전격 철회:
2025년 6월 29일, 캐나다 재무부 장관 프랑수아-필립 샴페인(François-Philippe Champagne)은 미국과의 포괄적인 무역 협상 타결에 대한 기대를 바탕으로 DST를 철회할 계획임을 발표했습니다. 이는 DST 첫 세금 납부 기한이 임박한 시점에서 이루어진 전격적인 결정이었습니다.
외교적 압력의 결과: 캐나다 정부는 이번 결정이 "캐나다 노동자와 기업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새로운 경제 및 안보 관계를 위한 협상"의 일환이라고 밝혔지만, 사실상 미국의 강력한 통상 압력에 굴복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백악관은 캐나다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굴복했다(caved)"고 평가하며 이번 결정을 자신들의 승리로 내세웠습니다.
OECD 합의에 대한 기대 유지: 캐나다는 DST 도입 당시에도 OECD의 다자간 합의가 최선이라고 강조해 왔습니다. 이번 철회 역시 OECD를 통한 글로벌 과세 합의에 대한 기대를 유지하려는 움직임의 일환으로 볼 수 있습니다.
디지털 서비스세, 앞으로의 전망은?
캐나다의 DST 철회는 전 세계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디지털 기업 과세 문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1. OECD의 글로벌 과세 합의 (Pillar One & Pillar Two):
배경: OECD는 '디지털화된 경제의 과세 문제 해결을 위한 포괄적 체계(Inclusive Framework)'를 통해 '필라 1 (Pillar One)'과 '필라 2 (Pillar Two)'라는 두 가지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필라 1: 대규모 다국적 기업의 이윤 중 일부를 소비국(시장 관할권)에서 과세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입니다. 이는 DST와 유사하게 물리적 사업장 없이도 디지털 서비스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합니다.
필라 2: 글로벌 최저한세(Global Minimum Tax)를 도입하여 다국적 기업이 전 세계 어디에서든 최소 15%의 법인세를 납부하도록 하는 방안입니다.
현재 상황: 2025년 7월 현재, 145개 이상의 국가와 관할권이 OECD의 포괄적 체계에 서명했지만, 필라 1의 최종 합의 및 실행은 여전히 지연되고 있습니다. 미국 역시 필라 2의 기준을 완전히 충족하는 국내 세법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영향: 캐나다의 이번 철회는 OECD 합의를 기다리려는 다른 국가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인도, 영국 등 이미 DST를 도입했거나 추진 중인 많은 유럽 및 기타 국가들은 여전히 이 세금을 유지하고 있으며, 국제적 합의가 지연될 경우 추가적인 DST 도입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2. 미국-캐나다 무역 관계의 재정의:
캐나다의 DST 철회는 미국과의 무역 협상을 재개하기 위한 결정이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2025년 7월 21일까지 새로운 무역 협상을 타결하기로 합의했습니다.
향후 전망: 이번 사태는 미국 정부가 자국 기업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강력한 통상 압력을 주저하지 않을 것임을 다시 한번 보여주었습니다. 이는 앞으로 다른 국가들이 디지털세와 같은 일방적인 세금 조치를 도입할 때 신중하게 접근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것입니다.
결론: 디지털 경제와 조세 정의의 교차점
디지털 서비스세 논란은 단순히 특정 국가의 세금 정책을 넘어, 급변하는 디지털 경제 환경에서 어떻게 공정한 조세 정의를 실현할 것인가에 대한 전 세계적인 고민을 반영합니다. 캐나다의 DST 철회는 국제적인 통상 압력이 개별 국가의 세금 정책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을 극명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앞으로 OECD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과세 합의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질지, 아니면 각국의 개별적인 DST 도입 시도가 계속될지 지켜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은 다국적 디지털 기업뿐만 아니라, 이들과 관련된 모든 산업과 소비자들에게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므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합니다.